예전에 우리나라는 ‘두레’ 공동체를 통해 공존의 방법을 찾았다. 두레 외에도 ‘품앗이’를 통해 노동력을 상호 교환하며 농사를 짓거나, 부녀자들이 서로 협력해 길쌈을 하는 등 시너지를 발휘했다. 오늘날의 글로벌 경쟁력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 커먼즈 재단(이사장 최용관)은 블록체인 P2P 장점을 살려 중앙 관리 없이도 공동체가 직접 규율을 정하고, 공동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화제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블록체인, 비트코인, 채굴산업 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변하는 키워드가 됐다. 그럼에도 투자 정보의 불확실성, 보이지 않는 화폐에 대한 신뢰 부족,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플랫폼의 허상(虛像) 등을 이유로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암호화폐 공개(ICO) 투자회사들은 성장 가치만 이야기하고, 암호화폐를 안정화하지 못하는 사례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커먼즈 재단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공동사업체로서 그간의 불신 문화를 바로잡고 기업에 새로운 투자 유치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커먼즈 재단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비영리 단체로 출발했다. 탈(脫)중앙화한 블록체인을 통해 신뢰할 수 없는 곳에 신뢰를 만들 수 있는 ‘사회의 커먼즈화’를 추구한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1세대로 불리는 이사장은 2015년부터 글로벌 재단을 구상해 오다가 자본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재단을 설립하게 됐다.
'커먼즈(Commons)'란 공동체가 직접 규율을 정하고, 공동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사회적이고 의식적인 변화에 관한 조사, 지원, 형성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커먼즈 기반의 P2P 문화, 경제, 거버넌스 및 사회 모델의 구현을 목표로 한다. 최 이사장은 "예전부터 우리나라에 대동계, 두레 등과 같은 경제공동체가 있었는데, 하나는 물질적 자본을, 다른 하나는 지식 자본을 나누는 공동체로 볼 수 있다"며 "물질적 자본은 제한적이므로 아끼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나, 지식 자본은 나눌수록 커지는 특징을 갖고 있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비영리재단을 만들면 글로벌 무대로 확대도 가능해 여러 집단이나 전문가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커먼즈 재단이 추진 중인 대표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에는 '마이크로비트코인(MBC·MicroBitcoin)'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적극적 지원을 통해 암호화폐 결제 확산, 블록체인 원천 기술의 확보와 '골든구스(Golden Goose) 프로젝트'를 통한 전체 암호화폐 생태계 확장 및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의 영향력 확보가 있다. 마이크로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을 하드포크한 암호화폐를 일컫는다. 총 2100억 개를 발행하여 손쉽게 소액 결제를 할 수 있다. 블록 사이즈는 늘리고 블록 생성 시간을 비트코인의 10분에서 1분으로 줄여 결제 시간을 단축했다. 현재 마이크로비트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채굴이 진행 중이며 채굴전문장비(ASIC)에 저항성을 가진 채굴알고리즘이 적용되어 GPU와 CPU 등을 이용하여 약 5만 대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채굴하는 앱이 곧 출시될 예정이여서 저개발국이나 일반인들도 채굴에 참여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골든구스 프로젝트는 채굴센터와 거래소 설립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파라과이 시우다드델에스테 지역에 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센터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을 위한 계약을 파라과이와 체결하면서 구체화됐다. 이 계약은 파라과이가 세계 최대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이타이푸 수력발전소 부근에 30만 m² 규모(약 10만 평)의 채굴센터 부지와 건물, 500MW급의 변전소 부지를 제공하고, 초고속인터넷 전용망 설치, 관련 사업 일체를 위한 법률 제정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골든구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출발로서 올해 1월 30일 블록체인 유니콘 기업인 비트퓨리 그룹(Bitfury Group)과 임시채굴센터 가동을 위한 비트퓨리의 암호화폐 채굴장비 BlockBox AC(BBAC)를 주문하는 내용이 포함된 포괄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파라과이의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고(kWh당 2.5센트) 청정한 전력을 사용하여 채굴 이익을 높일 수 있다는 점과 아울러, 비트퓨리와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대규모 채굴센터에 적합한 하드웨어 장비 사용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져 시너지 효과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전문링크 (동아일보) : http://news.donga.com/3/all/20190409/94965903/1